🐉 40년째 10시 칼귀가 통금 걸린 여자

깊고 어두운 밤, 침대 위에는 천장의 시계 소리가 유난히도 선명하게 울린다. 10시가 되면 그녀는 마치 자동으로 프로그램된 로봇처럼 일상의 루틴을 시작한다. 대문이 잠기는 소리에 마음 속의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정혜는 40년 넘게 이어온 이 통금 생활의 여왕이다. 그녀의 이야기의 출발점은 마음 속 깊이 담아두었던 비밀이 터져 나올 수 있는 순간이었고, 그 순간에 대한 두려움이 그녀를 더욱 철저하게 지켜주었다.

정혜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변화가 미끄러지듯 흘러가던 그 시절, 그녀는 가정의 딸로서 평범한 소싯적을 보내며 성장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엄격했다. 아버지는 늦은 밤 외출을 금지하며, 하늘의 별들이 떴으니 집에 들어가라는 ‘통금’을 엄청난 규칙으로 설정했다. 아버지의 예약된 하늘 아래, 정혜는 항상 집에 있어야 했다. 그녀의 인생은 이런 고백을 스스로에게 남기는 것으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사라진 청소년의 시절, 정혜는 스스로를 규제해온 결과로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제 정혜는 커리어 우먼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그 통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그녀는 매일 저녁 10시가 되면 수십 년 간의 패턴에 쫓기듯 소파에 앉아 각종 소설을 읽거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마음을 고요하게 지켜낸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정혜는 여전히 시계를 바라보며 불안해 할 때가 많은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는 변해갔지만, 정혜가 내린 스스로의 통금은 여전히 그녀의 삶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녀는 미디어에서 불려지는 다양한 의견, ‘일상의 자율성’과 같은 단어들을 보며 어떤 사람들은 올바른 삶을 산다고 믿기도 한다. 정혜는 그 시선에 늘 거리감을 느꼈다. 불과 10분만 늦어도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지켜야 할 것은 자신뿐이라는 마음가짐이 그 무게를 압도해온 것이다.

이런 생활이 문화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쳤다면 미약했지 않았을까? 그녀 주변의 친구들은 대개 저녁 시간에 자유로운 만남과 소통을 즐기던 녀석들이었고, 그들 사이에서 그녀의 존재는 단순한 '지켜야 할 나무'로 여겨졌다. 예를 들어, 정혜가 한 번 친구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남자와 대화하는 것이 ‘파격’으로 비춰졌던 기억은 그녀의 가슴 속에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녀는 과거의 경험들 덕분에 현대 사회의 관계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두려움을 더 키워온 것이었다. 누구도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할 수 없는 사회에서, 정혜는 자신의 통금이 어떻게 인생의 규실이 되어버렸는지를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 월요병을 피해 도망치는 것처럼 정혜는 타인의 삶에 섞이지 않는 '작은 피서지'처럼 여겨지는 삶을 선택했다.

그녀가 스스로를 가두어 온 시간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스스로의 통금이 언제 해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만난 온라인 사람들과 관계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계에서 정혜는 자신이 답답하게 마음을 닫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한편, 그들은 그녀에게 통금 대신 새로운 달콤한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정혜가 이렇게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게 된 것은 현재 ’오프라인 통금’보다 더 큰 도전이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마침내 10시가 지나고도 연결된 줌 미팅에서 한 친구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한 마디에 가슴이 뛰었다. 그것이 여전히 통금 이상의 새로운 자유를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고, 그 당시의 회의 분위기 속에서 정혜는 본능적인 선택으로 오늘 밤 한번 더 넘어가 보려는 결심이 희망적이었다.

오랜 통금의 삶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만, 이제 정혜는 새로운 세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그녀는 과거의 그림자를 넘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과 다시 소통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정혜의 통금이 언제 해제될지 모르는 사랑은, 이제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 될 것임을 알리며 다가왔다. 결국 오늘 밤도 정혜는 논의가 종료된 후 기다렸던 친구들로부터 온 메시지를 확인하며 수줍은 미소를 짓고, 10시가 지나고도 계속 소통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녀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