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울한 첫 도쿄여행 후기

고향을 떠나 새로운 문화와 경험을 찾고자 했던 그 날, 도쿄로의 첫 여행은 무척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 기대와는 다르게 여행은 여러 우여곡절로 가득 찼고, 잊고 싶지만 기억에 남는 순간들을 남겼다. 상상 속의 화려한 도시가 아닌, 현실의 벽이 두드러지던 순간들이었다.

첫째 날, 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그 설렘은 잊을 수 없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낀 찬 공기는 내 몸을 경직시켰다. 짐을 찾아 나오는 길, 그랜드 규모의 공항은 내가 상상했던 일본의 첫 인상과는 사뭇 다른, 다소 각박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그곳에서 마주친 무표정한 공항 직원들의 얼굴은 일본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첫 단추였다.

도쿄 시내로 들어가면서 보게 된 마천루와 인파는 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사람들의 무관심한 모습을 보며, 도시가 가진 냉정함을 순간적으로 느꼈다. 거리에서 마주한 일본인들은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각자의 속도에 맞춰 무심히 지나쳐갔다. 일본의 문화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감정의 교류가 결여된 듯한 느낌이 들어 고독감이 밀려왔다.

이와 같은 사회적 연결점은 일본이 가진 독특한 정서를 반영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 현대적 감각 뒤에는 기계적이고 체계화된 사회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외로움은 많은 외국인에게 공통으로 둔감하게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 또한 그 흐름 속에서 단조로움과 함께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둘째 날, 관광 명소를 가기로 했다. 유명한 신사에 들어서자 신성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람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꼭대기에 올라가려는 사람들, 짧은 순간을 위해 서로를 밀치며 싸우는 모습은 성스러움을 잃고 혼잡함 만이 남았다. 그 순간, 일본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오히려 소음으로 들리는 역설을 경험하게 되었다.

여행 중에 받는 스트레스는 계속 쌓였다. 세 번째 날에는 간단한 식사를 하려 했지만, 유명한 라멘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야만 했다. 기다림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은 현대 사회의 단절을 비추고 있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짧은 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이 오면, 소소한 일상에 대한 질문들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응답은 항상 차갑고 간결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일본 사회의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일본에서 이질적인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그 사회 구조와 인간관계의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일본인은 서로의 개인 공간을 존중하기 위해 감정 표현을 최소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들은 그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여정 마지막 날, 우연히 찾은 작은 동네 카페에서 예기치 못한 반전을 경험했다. 카페의 주인은 외국인 손님을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또다른 손님과의 대화를 통해 자아를 연결할 수 있는 좁은 길이 열렸다. 일본인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한 이면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 간의 소통이 주는 위안은 여행 내내 상처 입었던 내 마음을 조금씩 치유하게 만들었다.

결국, 도쿄에서의 첫 여행은 암울한 시작으로 끝났지만, 동시에 깊은 깨달음을 안겨 주었다. 현대 사회의 비인간적인 면모 속에서도 인간은 연결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와 같은 외국인들이나 지역 주민들 간의 공감대가 수면 아래 흐르며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도쿄의 차가운 거리에서 나의 여정은 끝났지만, 언제까지나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